21세기 한국 사회는 압축적 근대화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여파로 극심한 양극화, 생태계 위기, 그리고 파편화된 개인주의라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1억 3600만 명에 달하는 강제 실향민(난민) 현상과 이를 배척하는 극우주의적 혐오 정치가 발흥하고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한국 기독교는 과거의 물량적 성장주의와 개교회 중심주의, 그리고 교리적 폐쇄성에 갇혀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하는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한국의 자생적 실천 신학을 이끌어온 두 명의 실천가이자 신학자의 저서가 출간되었다. 바로 이원돈 목사의 『별빛 마을 예수, 도시 바울을 만나다』(나눔사)와 김진호 목사의 『난민의 사도 바울: 거부된 자들의 정치적 리얼리즘』(오월의봄, 2026)이다. 두 저서는 모두 1세기 지중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초기 기독교의 핵심 인물인 '사도 바울'과 '예수'의 행적을 21세기 한국의 지역사회와 광장으로 소환하여 철저히 재해석한다. 전통적인 서구 신학이 바울을 형이상학적인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롭게 됨)' 교리의 창시자로 박제해 온 관행을 해체하고, 당대 제국의 수탈과 배제에 맞서 새로운 대안적 공동체(에클레시아)를 직조해 낸 실천적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복원해 낸 것이다.
본 연구 보고서는 이 두 저서에 대한 심층적인 서평과 비교 평가를 수행하고, 이들이 한국 개신교의 독자적 신학인 '민중신학'과 최근 한국 교회의 새로운 실천적 대안으로 부상한 '마을 목회', 그리고 세계 신학계에 한국적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발신하고자 정립 중인 'K-신학(K-Theology)' 담론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거시적 차원의 정치적 저항 담론(난민의 사도 바울)과 미시적 차원의 생태적 돌봄 담론(별빛 마을 예수)이 어떻게 한국적 상황 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이원돈의 『별빛 마을 예수, 도시 바울을 만나다』는 부천 새롬교회를 거점으로 수십 년간 지역사회 운동, 작은 도서관 운동, 협동조합 운동 등을 전개해 온 저자의 치열한 실천적 목회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저작이다. 본 저서는 신학이 추상적인 강단의 교리 체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지역사회(마을)의 '생명망(Web of Life)'을 직조하는 실천적 사유이자 삶의 이야기여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한국 교회가 거대한 건물 중심의 '모이는 목회(gathered church)'와 자기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던 과거의 성장주의를 탈피하고, 마을의 도서관, 지역 아동 센터, 마을 카페, 어르신 쉼터 등 지역 사회의 '근접 공간'과 '사이 공간'으로 흩어지는 '온 생명 마을교회'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저자는 1세기 초대 교회, 특히 고린도, 빌립보, 에베소 등 로마 제국의 주요 도시에서 바울이 개척했던 교회들의 본질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그는 이 고대 도시의 '에클레시아(Ecclesia)'를 단순히 종교적 제의를 드리는 공간이 아니라, 제국의 억압적 수탈 체제에 대항하여 민중들이 연대하고 생존을 도모했던 초대형 '코이노니아(Koinonia)' 공동체이자 초기 형태의 '사회연대경제' 네트워크로 파악한다.
이 저서에서 가장 문학적이면서도 강력한 신학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지점은 예수를 고대 근동의 과거 인물이 아니라, 2025년 약대동이라는 구체적인 한국의 골목길로 소환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새벽을 여는 도서관, 협동조합의 빵 굽는 냄새, 마을 라디오의 아침 인사, 빗자루로 골목을 쓰는 할머니,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별빛이 남은 골목을 달리는 '배달 청년 예수'의 이미지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파편화된 일상을 구원하는 대안적 영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저자에게 구원이란 사후 세계의 관념적 약속이나 거대한 건물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손이 누군가의 손을 잡는 그 작은 순간"에서 태어나는 사회적 자본(신뢰, 소통, 환대)의 축적 과정이다. 자본주의의 낡은 경쟁과 소유의 가치관을 버리고, 회당 밖 마을 사람들과 함께 융합하여 협동과 공유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곧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복음적 명령의 현대적 실천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에서 민중신학의 최전선을 지키며 오랜 기간 연구해 온 김진호의 신작 『난민의 사도 바울: 거부된 자들의 정치적 리얼리즘』은 바울 텍스트에 대한 탁월한 사회-역사적 주석이자 정치신학적 선언문이다. 서구의 전통 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마르틴 루터를 거쳐 칼 바르트로 이어지는 계보를 통해 바울의 신학을 내면적이고 초역사적인 구원론으로 환원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21세기의 비극적 풍경인 전 세계 1억 3600만 명의 난민 현상을 1세기 지중해 사회의 시공간과 교차시키는 전복적인 시도를 통해, 교리의 장막 뒤에 갇혀 있던 바울을 역사의 무대로 끌어낸다.
저자는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등 바울의 친서들과 사도행전의 기록을 역사학, 지역학, 고고학적 성과와 교차시키며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다마스쿠스를 시작으로 안티오키아, 갈라티아, 필리피, 코린트, 에페수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바울의 광폭 행보는 단순히 종교적 진리를 설파하기 위한 이동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식민지 수탈과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이주노동자, 전쟁 노예, 파산자, 도주자들이 신음하던 당대의 '난민 발생 구역'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장소성의 실천이었다.
본 저서의 가장 핵심적인 신학적 분석 틀은 1세대 민중신학자 안병무가 정립했던 '오클로스(Ochlos)' 개념의 현대적 확장이다. 한글 성서에서 주로 '무리'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본질적으로 "타의에 의해 경계 밖으로 내몰려 속하지 못하게 된 자들", 즉 주류 사회가 혐오하고 배척했던 고대의 떠돌이 민중을 지칭한다. 당시 유대아 원리주의자들과 로마 제국은 철저한 배제와 혐오의 논리로 무장하여 계급, 젠더, 혈통의 위계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자유인과 노예의 차별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가장 낮은 자들에게 평등할 권리를 부여하는 '환대의 플랫폼'으로서의 에클레시아를 건설했다.
따라서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대하게 여겨지는 바울의 핵심 교리인 '의인론(믿음으로 의롭게 됨)'은 내세 지향적인 사변적 구원론이 아니라, 당시의 원리주의적 배제 기제에 맞서 거부된 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이웃으로 호명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저항의 언어'이자 '정치적 리얼리즘'으로 재해석된다. 이는 수많은 난민이 국경을 떠돌고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극우 혐오 정치가 판을 치는 21세기 현대 사회에 전율할 만한 경종을 울리며, 동시에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사상적 무기를 제공한다.
이원돈과 김진호의 저서는 모두 1세기 초기 기독교의 '바울'과 '에클레시아'라는 공통의 텍스트를 발굴하여 현대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교집합을 지닌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 사회의 복합 위기를 진단하는 신학적 지향점, 공간의 해석, 그리고 실천적 방법론에 있어서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뚜렷한 변별력을 보여준다. 다음의 표는 두 저서의 핵심적인 신학적 특성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 핵심 신학적 배경 | 생명망 신학 (Web of Life), 마을 목회론 | 제3시대 민중신학, 전복적 정치신학 |
| 주요 대상 (주체) | 마을 주민 전체, 파편화된 현대인, 소외된 이웃 | 제국 체제 밖으로 밀려난 강제 실향민(오클로스) |
| 핵심 공간성 | 골목길, 마을 도서관, 카페 등 근접 공간 (미시적 공간) | 광장, 제국의 변두리 선창가, 이주 경로 (거시적 공간) |
| 바울/초대교회의 이해 | 사회연대경제와 코이노니아 공동체의 원형 | 차별 없는 환대의 플랫폼, 전복적 저항 공동체 |
| 현대적 적용 및 실천 | 협동조합, 돌봄 생태계, 사회적 자본 축적 | 극우주의적 혐오 정치 타파, 배제된 자들의 권리 회복 |
| 신학적 언어의 성격 | 일상의 언어, 치유와 화해, 융합의 스토리텔링 | 논쟁의 언어, 은닉 대본으로서의 저항적 수사 |
이원돈의 분석 틀에서 공간은 일상의 영성과 구체적인 살림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그가 재구성한 바울은 도서관 문을 열고 빵을 굽는 주민들과 연대하며 지역의 복지 생태계를 가꾸는 '마을 활동가' 내지 '사회적 경제 조직가'의 원형에 가깝다. 반면, 김진호의 텍스트에서 공간은 억압적 권력이 교차하고 수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제국의 변두리'와 투쟁의 '광장'이다. 그의 바울은 다마스쿠스에서 안티오키아, 갈라티아, 코린트,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동하며 추방당한 자들과 함께 국경과 제도적 경계를 넘나드는 '국제적 레지스탕스'의 모습으로 현현한다.
이원돈이 지향하는 마을 목회는 특정 계층이나 이념적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전 구성원'을 포괄적으로 아우른다. 이는 대립과 갈등보다는 연대와 협동, 분열보다는 생태적 통합과 신뢰(사회적 자본) 형성을 지향한다. 반면 김진호의 신학은 철저히 '오클로스(난민, 배제된 자)'라는 주변부 집단에 편향되어 있다. 이는 타의에 의해 쫓겨난 자들의 당파성을 명확히 확보함으로써, 혐오의 논리로 무장한 주류 권력(당시의 유대아 극단주의 및 로마 제국주의, 현대의 신자유주의 및 극우주의)과의 팽팽한 정치적 긴장 및 대결 구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이원돈의 해법은 '온 문화(Whole Culture)' 패러다임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 축적과 '생명망(생태계)의 복원'이다. 공유 경제, 자활 기업, 마을 라디오 등의 대안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살림(Salim)의 경제를 미시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반면 김진호의 해법은 '거부된 자들의 정치적 리얼리즘'이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차별 없는 에클레시아를 상상하고 투쟁했던 바울의 궤적을 통해, 현대 사회에 발흥하는 혐오 기제에 맞설 사상적 무기를 벼려내는 담론적 투쟁과 구조적 변혁에 방점을 찍는다.
두 저서의 신학적 통찰은 한국 개신교가 독자적으로 주조해 낸 '민중신학'과 최근 교회의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정착 중인 '마을 목회'의 역사적 발전 궤적을 완벽하게 투영하고 있다.
1970년대 군부 독재 시절, 서남동, 안병무, 현영학 등을 필두로 태동한 민중신학은 억압받는 기층민중을 역사의 주체이자 성서 해석의 궁극적 주체로 호명하며 세계 신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가 고도화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며 전통적인 민중의 실체가 모호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민중신학은 그 실천적 동력을 상실하는 듯 보였다.
이러한 침체기 속에서 김진호의 『난민의 사도 바울』은 과거의 민중신학을 21세기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에 맞게 성공적으로 '리부팅(Rebooting)'한 기념비적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는 1970년대의 계급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민중 개념을 현대의 '강제 실향민', '이주 노동자', '디지털 소외 계층', 그리고 '혐오 정치의 피해자'들로 확장시켰다. 안병무가 착안했던 '오클로스' 개념의 원형적 급진성을 되살려내어, 이를 1세기 지중해의 공간 정치학과 21세기의 글로벌 혐오 비판이라는 세계사적 어젠다로 승화시킴으로써 민중신학이 여전히 가장 날카로운 예언자적 비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마을 목회는 민중신학이 지녔던 치열한 사회 참여적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 실천 방식을 '이념적·정치적 대결'에서 '공동체적 상생과 생태적 돌봄'으로 전환한 한국 교회의 자생적이고 실천적인 운동이다. 과거 민중신학이 국가 권력의 불의에 저항하는 구조적 정의 실현에 몰두했다면, 이원돈 목사 등이 주도하는 마을 목회는 이념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 주민의 실제적인 삶의 질 향상, 고립된 개인의 구출, 그리고 파괴된 공공성의 회복에 목회의 본질을 둔다.
이원돈의 저서는 이러한 마을 목회가 단순한 교회의 곁가지 사회 봉사 프로그램이나 전도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성서적 뿌리(바울의 도시 선교 전략과 코이노니아적 환대)를 깊이 간직한 고도의 신학적 운동임을 입증한다. 예수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울타리 안에 두고 길 잃은 한 마리를 찾아 나섰던 것처럼, 교회 건물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향해 교회의 닫힌 담장을 허물고 세상 속으로 육화(Incarnation)하여 들어가는 실천의 현대적 변용이 바로 마을 목회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진호가 제시하는 '거부된 자들의 정치적 권리 회복을 위한 거시적 담론 투쟁'과, 이원돈이 제시하는 '환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미시 생태계 구축'은 상호 배타적인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두 가지 접근은 고도로 복잡화된 현대 사회의 폭력적 구조 악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해 위기의 한국 교회가 반드시 취해야 할 양날의 검이자 상호 보완적인 투 트랙(Two-Track)의 변증법적 실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석권, BTS 등 K-Pop의 전 세계적 흥행 등 K-문화(K-Culture)가 글로벌 주류 담론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신학계 내부에서도 서구 신학에 종속되어 주체성을 망각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K-신학(K-Theology)'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한국조직신학회의 『K-신학(Theology), 한국신학의 부활』은 바로 이러한 학계의 치열한 집단 지성이 산출한 결과물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가 "종교는 문화의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다"라고 통찰했듯,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 문화의 심층적 기저에는 한국 고유의 철학적, 사상적, 종교적 심성이 흐르고 있으며 이를 신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찬석, 강응섭, 신용식 등 12인의 학자들은 이 저서를 통해 서구의 유럽 중심주의적 편견을 논파하고, 퇴계 이황의 '하늘(天)' 개념, 다석 류영모의 '그리움', 탈춤의 미학, 통일 신학, 그리고 안병무의 민중언어 등 다방면에 걸친 학제적 논의를 통해 K-신학의 방법론적 토대를 축조하고 있다.
이러한 'K-신학' 정립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이원돈과 김진호의 저서는 그 자체로 K-신학의 보편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강력하고도 생생한 실천적 텍스트로 기능한다.
K-신학 논의 중 강응섭 교수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정신분석학적 '3말(三語: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언어)' 이론을 차용하여 안병무의 민중언어를 재발견하는 탁월한 분석을 시도했다. 이 논의에 따르면, 거대한 권력과 체제가 생산하는 기만적인 상징계의 '빈말(허언, Parole vide)'과 '반말(반어, mi-dire)'에 억압된 실재계의 찬말(몸의 언어, 삶, 사건으로서의 만어, Parole pleine)이 바로 민중언어의 본질이다.
김진호의 바울 독해는 유대아 원리주의와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상징계(빈말)에 맞서, 배제된 오클로스들의 짓밟힌 몸뚱이와 생존의 절규(실재계의 찬말, 즉 민중언어)를 에클레시아의 보편적 신학으로 끌어올린 혁명적 작업이다. 이원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추상적인 강단의 설교(빈말이 될 위험이 있는 상징계의 언어)를 마을에서의 빵 굽기, 골목길 청소, 연대와 돌봄이라는 구체적인 행함과 삶의 '스토리텔링(찬말)'으로 번역해 냄으로써, 안병무의 민중언어를 현대 지역사회의 일상어로 탁월하게 부활시켰다.
과거의 토착화 신학이 기독교의 교리를 단순히 한국의 유교나 불교, 무속의 틀에 이식하려는 일방향적 시도였다면, K-신학의 새로운 과제는 신용식 교수가 역설하듯 복합적인 '상호문화적(Intercultural) 해석학'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김진호가 복원한 바울은 유대와 헬라, 로마의 문화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경계선의 한복판에서 다양한 언어와 출신 성분을 지닌 난민들의 상호 연대(플랫폼)를 조직해 낸 융합적 사상가였다. 이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 매우 절실한 K-신학의 미래 지향적 윤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심광섭 교수가 K-신학의 미학적 토대로 제시한 현영학의 '탈춤 미학(하느님의 춤 즉 인간의 춤)'은 이원돈의 텍스트에서 약대동 골목길을 누비는 주민들의 활기찬 일상과 생명망 네트워크 속에서 그대로 춤을 추듯 실현된다. 이원돈이 제창하는 '생명망(Web of Life)' 패러다임은 이분법적이고 기계론적인 서구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 영성과 물질이 촘촘하게 융합되는 동양의 유기체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K-생태신학의 탁월한 실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이원돈 목사의 『별빛 마을 예수, 도시 바울을 만나다』와 김진호 목사의 『난민의 사도 바울』은 각각 '마을 목회'와 '민중신학'이라는 척박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적 신학의 토양 위에서 피어난 결실이다. 이들은 1세기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원형질을 21세기 사회적 위기 상황 속으로 성공적으로 길어 올린 뛰어난 학문적·실천적 성취를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도출해 내는 핵심적인 통찰과 미래 지향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독교 복음의 궁극적 본질은 언제나 체제 밖으로 밀려난 '오클로스(난민, 거부된 자)'를 향한 조건 없는 환대와 평등의 선언에 있다. 김진호의 저서가 치밀하게 입증하듯, 기독교의 핵심 교리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가장 약한 자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 발화되는 치열한 '저항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발흥하는 극우적 혐오 정치를 분쇄하고 차별 없는 에클레시아를 재건할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이다.
둘째, 이러한 거시적 담론의 저항은 반드시 지역사회 내에서의 미시적 돌봄과 생태계 구축이라는 구체적 실천으로 착근되어야 한다. 이원돈의 저서가 생생하게 보여주듯, 거창한 이념적 구호나 메가처치(Mega-Church)의 물량주의만으로는 고립되고 파편화된 현대인의 삶을 구원할 수 없다. 교회는 주저 없이 스스로 담장을 헐고 지역사회 속으로 흩어져 들어가, 마을 도서관과 협동조합, 돌봄 카페와 같은 다채로운 '사이 공간'을 통해 파괴된 일상의 생명망을 다시 촘촘히 엮어내야만 한다.
셋째, 이 두 저서에 대한 융합적 독해는 세계를 향해 발신할 'K-신학'이 나아가야 할 방법론적 이정표를 명확히 제시한다. 한국의 상황 신학은 더 이상 서구 중심의 형이상학적 교리 논쟁을 수입하고 답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식민지 지배의 상흔, 분단의 고통, 군부 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쟁의 기억,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전통적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다문화 난민 이슈라는 한국만의 고유하고 치열한 역사·사회적 경험(민중의 찬말)을 보편적인 세계 신학의 언어로 주조해 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신뢰 하락과 존재 이유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회는 과거의 폐쇄적인 종교 게토(Ghetto)에 머물며 서서히 도태될 것인지, 아니면 혐오의 시대를 거스르며 상처받은 자들을 환대하는 '마을 광장의 에클레시아'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두 권의 저서가 던지는 급진적이면서도 리얼리즘적인 상상력은, 성장주의와 제국의 논리에 포획된 현대 교회를 향해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 거부된 자들을 안고 생명의 꿈을 다시 꾸라"는 엄중한 예언자적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이 실천적 요청에 정직하게 응답할 때 비로소, 한국 기독교는 차가운 교리의 무덤을 깨고 일어나 상처 입은 현대인들의 캄캄한 골목길마다 내리는 온전한 '별빛'으로 찬란하게 부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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