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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단 구분 | 박자 구조 | 느낌/상징 | 극 중 역할 |
| 칠채 (7박) | 3+2+2 또는 2+3+2 | 빠르고 불안정함 | 배달 노동과 경쟁 사회의 긴장감 표현 |
| 굿거리 (12박) | 12/8 박자 | 느긋하고 흥겨움 | 공동체적 일체감과 치유/해방의 순간 |



2025년 한국 사회는 급격한 인구 절벽, 청년 세대의 빈곤화, 그리고 노년층의 고립이라는 다층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이원돈 목사의 '마을 목회'와 '생명망(Web of Life)' 운동은 전통적인 교회 성장 모델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 보고서는 약대동 마을 목회의 핵심 철학을 반영하여 2025년 성탄 마당극 대본을 수정 및 완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순한 대본의 작성을 넘어, 이 작품이 내포해야 할 신학적 메시지, 사회학적 분석, 그리고 풍물 굿의 연희적 미학을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마당극이 단순한 유희가 아닌 마을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제의적 드라마가 되도록 설계하였다.
특히 본 보고서는 2025년의 구체적인 사회 지표들
—청년 세대의 은어인 '호청천', '가면비',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성서의 텍스트와 접목시킨다.
마가복음 5장의 혈루증 여인과 마가복음 2장의 중풍병자 이야기를 예수 탄생 설화와 병치시킴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파생시킨 '사회적 부채(Social Debt)'와 '한(Han)'의 문제를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약대동 마당극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산업화 시대의 동물원적 경쟁'에서 '마을 중심의 생명 생태계'로의 전환으로 규정하고, 이를 구체적인 극적 장치와 대사, 그리고 장단으로 구현해 낸다.
이원돈 목사가 주창하는 약대동 마을 목회의 핵심은 교회가 지역 사회와 분리된 성역이 아니라, 마을의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모성(Social Motherhood)'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는데, 이는 개별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돌봄의 위기를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감당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1990년대 IMF 경제 위기 당시 가정 해체의 충격을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을 통해 흡수했던 경험은 2025년 현재, 고립된 청년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을 연결하는 '마을 인문학', '협동조합', '마을 카페' 등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마당극의 공간적 배경인 '약대동 골목'은 단순한 물리적 통로가 아니다. 그곳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체제인 '동물원'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자, 동시에 그 논리를 거부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짜나가는 '생명망'의 현장이다. 따라서 대본은 이 두 가지 세계관의 충돌과 화해를 극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 예수의 탄생은 화려한 호텔(산업화의 상징)이 아닌, 가장 낮고 습한 반지하(생명망의 시원)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맞이하는 이들은 전통적인 동방박사가 아닌 마을의 협동조합원들과 돌봄 노동자들로 치환된다.
2025년 한국의 2030 세대는 과거의 '삼포세대'나 '오포세대'를 넘어 '호청천'이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로 자신들을 규정한다. 이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이 천만 명을 넘는다'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이들에게 전통적인 가족 형성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과업이 되었다. 본 마당극의 주인공인 마리아와 요셉은 이러한 호청천 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이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기 이전에 경제적 파산의 공포이며, 주거 불안의 직격탄을 의미한다.
또한 '가면비(가격 대비 얼굴 만족도)'라는 신조어는 극도의 효율성과 외면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문화를 드러낸다. 이는 인간관계마저도 가성비와 효율성으로 재단하는 세태를 반영하며, 극 중 헤롯이나 여관 주인의 캐릭터를 통해 형상화된다. 그들은 마리아와 요셉의 '가면비'가 낮다는 이유, 즉 돈이 되지 않고 겉보기에 초라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배제한다. 이는 성서의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을 현대의 자본주의적 공간 배제(젠트리피케이션) 논리로 재해석하는 중요한 고리가 된다.
극 중 요셉의 직업으로 설정된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2025년 한국 노동 시장의 가장 불안정한 단면을 보여준다. 시간당 18,000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신호 위반과 과속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보험료와 바이크 렌탈비 등 고정 비용을 제하고 나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은 요셉의 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 구분 | 2025년 배달 노동 현실 | 극적 형상화 요소 |
| 수입 구조 | 시간당 목표 18,000원, 실질 소득 저하 | 쉴 새 없이 울리는 주문 알림음, '칠채' 장단의 급박함 |
| 노동 강도 | 악천후, 프로모션 경쟁, 사고 위험 | 무대 위를 질주하는 역동적이고 위태로운 춤사위 |
| 사회적 지위 | 필수 노동자이나 '딸배'라는 비하적 시선 | 여관 주인(건물주)에게 거절당하는 장면 |
| 심리 상태 |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 고립감 |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화 단절 |
이러한 노동의 현실은 마당극의 리듬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요셉과 배달부들의 등장은 안정적인 4박자가 아닌, 절뚝거리고 숨 가쁜 7박자(칠채) 장단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이는 관객들에게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청각적으로 전달한다.
본 마당극의 가장 독창적인 신학적 시도는 예수 탄생 설화에 마가복음 5장의 '혈루증 여인'과 마가복음 2장의 '지붕을 뚫은 중풍병자' 이야기를 결합한 것이다. 전통적인 성탄극이 목가적인 분위기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 대본은 예수가 태어나는 현장에 병들고 소외된 민중(Ochlos)을 초대한다.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혈루증 여인의 출혈은 단순한 생물학적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막 5:26)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구조적인 착취와 의료 시스템의 실패로 인한 생명력의 유출을 상징한다. 2025년의 맥락에서 그녀는 고립된 독거노인이거나, 사회적 경쟁에서 밀려나 방 안에 갇힌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대변한다. 그녀가 겪는 '부정함'은 현대 사회의 '사회적 부채(Social Debt)'와 연결된다. 사회는 실패한 개인에게 낙인을 찍고 공동체로부터 격리시키지만, 마당극은 그녀가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혹은 아기 예수를 안아보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안병무를 비롯한 민중신학자들은 성서에 등장하는 대중을 '라오스(Laos)'와 '오클로스(Ochlos)'로 구분한다. 라오스가 시민권을 가진, 체제 내의 백성을 의미한다면, 오클로스는 세리, 창녀, 병자 등 체제 밖으로 밀려난 무리를 뜻한다. 본 마당극의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오클로스이다. 주민등록이 말소될 위기에 처한 청년 부부, 최저임금 노동자, 독거노인 등은 약대동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결핍을 확인한다.
이원돈 목사의 '생명망' 신학은 바로 이 오클로스들이 서로 연결될 때 발생하는 구원 사건에 주목한다. 파편화된 개인(오클로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생명망'을 형성할 때, 그들은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닌 역사의 주체가 된다. 마당극의 클라이맥스인 '지붕 뚫기'는 이러한 연대의 힘이 물리적, 사회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혁명적 순간을 상징한다.
마당극의 서사는 대사뿐만 아니라 풍물 장단의 변화를 통해 관객의 신체적 감각을 조율한다.
무대 설정은 수직적 위계를 시각화한다.
극의 진행은 수직적 억압(위에서 아래로의 명령, 낙수 효과의 부재)을 수평적 연대(옆으로 손잡기, 생명망 짜기)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가복음 2장의 '지붕 뚫기'는 실제로 배우들이 헤롯의 단상을 무너뜨리거나, 천으로 된 지붕을 찢어 빛이 아래로 쏟아지게 하는 퍼포먼스로 구현될 수 있다.
제목: 2025 약대동 성탄 마당극 <골목의 예수, 생명망을 짜다>
주제: 경쟁의 동물원에서 공생의 생태계로 등장인물:
풍물패: 상쇠, 징, 장구, 북 등 라이브 연주자.
(공연장 밖 혹은 객석 뒤편에서 꽹과리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며 시작된다. 빠른 길군악 장단. 풍물패와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다.)
상쇠: (선창) "열어라! 열어라! 하늘 문도 열고 땅의 문도 열어라! 2025년 꽁꽁 얼어붙은 약대동 사람들의 마음 문도 활짝 열어라! 금이 최고냐 돈이 최고냐, 사람이 살아야 돈도 있지! 호박 넝쿨 뻗어가듯, 생명줄이 뻗어간다! 얼쑤!"
(풍물패가 무대 중앙(마당)을 돌며 기운을 모은다. 장단이 삼채로 바뀌며 정돈된다. 마당쇠(사회자)가 등장한다.)
마당쇠: "아이고, 날씨 한번 춥다! 경제가 얼어붙으니 날씨도 눈치를 챙기나 봅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부천시 약대동, 겉보기엔 평범한 골목이지만 자세히 보면 요지경 속입니다. 2025년, 다들 살기 힘들다, 애 안 낳는다, 결혼 안 한다 아우성인데... 오늘 이 좁은 골목에 기가 막힌 사연이 하나 도착했답니다. 자, 그 사연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입시다!"
음악: 칠채 (빠르고 불규칙한 7박자). 숨 가쁜 금속성 타악 소리가 강조된다.
*(무대 위로 요셉과 **코러스(라이더들)*가 등장한다. 그들은 마치 바이크를 타는 듯한 동작으로 무대를 휘젓는다. 칠채 장단의 절뚝거리는 리듬에 맞춰 급정거와 급출발을 반복한다.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요셉: (스마트폰을 보며 다급하게) "콜! 직선거리 500미터, 단가 3,500원. 거절. 콜! 1.5키로, 언덕길 포함, 4,500원. 수락! 달려야 돼. 이번 시간 3건 못 채우면 시급 18,000원 깨진다. 기름값 빼고, 보험료 빼고, 렌탈비 빼면... 남는 게 없어!"
코러스 1: "형님, 조심해요! 저기 신호 위반 카메라 생겼어요!"
코러스 2: "신호 다 지키다간 굶어 죽어! 고객님 요청 사항: '문 앞에 놓고 벨 누르지 말고 문자 주세요.' 아따,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 이게 바로 그 '가면비'인가 뭔가냐?"
요셉: "사람 만나는 게 사치야. 우린 그림자라고. 음식만 나르고 사라지는 유령!"
(장단이 더욱 빨라진다. 배우들이 서로 부딪힐 듯 아슬아슬하게 교차한다. 이는 이원돈 목사가 비판한 '약육강식의 동물원적 생태계'를 시각화한 것이다. 요셉이 비틀거리는 순간, 마리아가 무대 한쪽에서 힘겹게 걸어 나온다. 만삭의 배를 감싸 쥐고 있다.)
마리아: "요셉! 제발 좀 멈춰 봐요!"
(음악이 뚝 끊긴다.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요셉: (헬멧을 반쯤 벗으며) "마리아? 왜 나와 있어? 배도 남산만 한데."
마리아: "방을... 방을 빼래요. 전세금을 2천이나 올려달래요. 우리 갈 데가 없어요, 요셉. 이 몸으로 찜질방도 못 가요."
요셉: "내가... 내가 더 벌게. 밤샘 배달 뛸게. '쿠팡'이고 '배민'이고 다 켜놓고..."
마리아: "돈이 문제가 아니야. 우린 지금 '호청천'이잖아. 다 포기하고 겨우 숨만 쉬는데, 이제 숨 쉴 곳도 없어진다고! 애는 나오려는데, 세상이 우릴 밀어내잖아!"
음악: 느리고 무거운 진양조 혹은 둔탁한 북소리.
(마리아와 요셉이 마을의 문(코러스들이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두드린다.)
요셉: "계십니까? 하룻밤만... 아니, 잠시 몸 좀 녹일 수 있을까요?"
건물주(헤롯의 하수인): (뒤도 안 돌아보고 손짓으로 쫓으며) "노 키즈 존(No Kids Zone)! 애 울음소리 들리면 집값 떨어져요. 그리고 당신들, 보증금은 있어? 신용점수 몇 점이야? 요즘은 '가면비' 안 나오면 거래 안 합니다."
(거절당한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무대 구석(반지하)으로 밀려난다. 그때, 어둠 속에서 혈루증 여인이 기어 나온다. 그녀의 뒤에는 붉은 천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낸다.)
혈루증 여인: "아이고... 삭신이야. 12년이다... 내 피가 마른 지가 12년이야. 병원을 가도 돈만 뺏어가고, 자식들은 연락 끊긴 지 오래고. 내 몸에서 생명이 줄줄 새나가는구나. 이것이 늙은이의 '한'이로구나."
(여인은 , 사회적 구조에 의해 수탈당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가 끄는 붉은 천은 그녀의 생명력이자, 사회적 부채의 시각적 형상화이다.)
마리아: (여인을 발견하고) "할머니... 괜찮으세요? 피가..."
혈루증 여인: "오지 마라. 부정 탄다. 난 재수 없는 늙은이야. 사람들은 날 보면 피해 가. 냄새난다고, 가난 옮는다고."
마리아: (자신의 낡은 목도리를 풀어 여인에게 덮어주며) "저도 부정 타는 사람이에요. 돈 없고, 집 없고, 미래 없는 청년이에요. 우린 똑같네요. 피 흘리는 사람이나, 피 마르는 사람이나."
(마리아가 여인을 안아준다. 이 순간, 여인의 붉은 천이 마리아의 배를 감싼다. 고통의 전이가 아닌, 고통의 연대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생명망'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혈루증 여인: "따뜻하구나... 사람 온기가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내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저기 저 버려진 창고라도 쓰려느냐? 바람은 막아줄 게다."
공간: 무대 중앙, 가장 낮은 곳. 조명은 촛불처럼 은은하게.
음악: 부드러운 구음 (입으로 내는 소리)과 징의 울림. 어머니의 자장가 같은 분위기.
(요셉이 배달통(보온 박스)을 내려놓고 그 안에 겉옷을 깐다. 이것이 2025년의 '구유'다.)
요셉: "여기가 우리의 호텔이고, 여기가 우리의 병원이야. 미안해, 마리아. 배달통에 아기를 눕히게 해서."
마리아: "아니요, 요셉. 이 통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을 나르던 통이잖아요. 이제 생명의 밥인 우리 아기를 담는 그릇이 되는 거예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응애~ 응애~" 그때,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마을 이모, 도서관 사서, 경비원 등이다. 이들은 '동방박사'와 '목자'의 현대적 변용이다.)
마을 이모 (박사 1): "어머나, 세상에! 우리 마을 단톡방에 소문이 쫙 퍼졌어. 빈 창고에 아기가 났다고! 내가 미역국 끓여왔다. 협동조합 유기농 미역이야!"
도서관 사서 (박사 2): "나는 마을 도서관에서 그림책 가져왔어요. 지혜롭게 자라라고. 이 아기는 우리 마을이 키울 겁니다. '사회적 모성'으로!"
경비원 (목자): "나는 줄 게 없어서... 이 난로 가져왔소. 경비실에서 쓰던 건데 기름 좀 채워왔소."
(사람들이 아기를 둘러싸고 둥그렇게 앉는다. 혈루증 여인이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아본다.)
혈루증 여인: "이 핏덩이가... 내 멈춘 피를 다시 돌게 하는구나.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 이 아이를 지켜야 해."
나레이션 (마당쇠): "보시오! 예수는 화려한 대형 교회나 높으신 분들의 회의장에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18,000원을 벌기 위해 목숨 걸던 배달통 속에! 12년 동안 피 흘리며 고립되었던 할머니의 품 속에! 가장 낮고 습한 이곳 반지하로 '생명망'을 짜러 오셨습니다!"
음악: 점점 고조되는 휘모리 (빠른 4박). 혁명적 에너지.
(무대 위쪽 단상에 헤롯이 등장한다. 그는 거만한 태도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헤롯: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거기 불법 점거자들! 당장 나가! 내 건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마! 재개발해야 한다고! 싹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 올릴 거야!"
요셉: (일어서며, 더 이상 주눅 든 목소리가 아니다) "우린 나갈 수 없습니다. 여기가 우리 집이고, 여기가 우리 마을입니다!"
마을 이모: "맞아! 당신이 뭔데 나가라 마라야? 우린 여기서 30년을 살았어. 건물은 당신 거일지 몰라도, 이 마을의 생명은 우리 거야!"
혈루증 여인: (붉은 천을 휘두르며) "이제 숨어서 살지 않겠다. 지붕을 뚫고서라도 하늘을 볼 것이다!"
(배우들이 서로 팔짱을 낀다. 스크럼을 짠다. 마가복음 2장의 중풍병자를 내리기 위해 지붕을 뚫었던 친구들의 믿음이, 이제는 억압의 지붕을 뚫고 솟아오르는 저항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코러스: "뚫어라! 뚫어라! 무관심의 지붕을 뚫어라! 탐욕의 천장을 뚫어라! 고립의 벽을 허물어라!"
(풍물패의 꽹과리가 천둥처럼 울린다. 배우들이 단상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춤사위를 펼친다. '덜미'를 잡고 서로를 지탱하며 발을 구른다. 헤롯이 당황하여 뒷걸음질 친다.)
헤롯: "이... 이 무식한 오클로스들이! 감히 시스템에 도전해?"
마리아: (아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시스템보다 강한 게 생명이야! 돈보다 질긴 게 끈(Network)이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헤롯의 단상이 무너지거나, 헤롯이 쫓겨나고 그 자리에 아기가 놓인다. 수직적 위계가 무너지고 수평적 생명망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음악: 굿거리 (흥겨운 12박)로 전환.
(조명이 밝아진다. 모든 배우가 무대 중앙으로 모여 춤을 춘다. 혈루증 여인의 붉은 천이 이제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생명줄'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상을 만든다.)
마을 이모: "자, 싸움은 끝났고 이제 잔치다! 예수님 오셨는데 밥부터 먹어야지! 우리 마을 공유 부엌에서 떡 해왔다! 다 같이 먹자!"
요셉: "오늘 배달은 쉽니다! 대신, 기쁨을 배달하겠습니다!"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간다. 관객들에게 떡이나 사탕을 나누어준다. 이원돈 목사의 목회 철학인 '밥상 공동체'의 실현이다.)
다 함께 노래: (민요 '쾌지나 칭칭나네' 곡조에 맞춰) "쾌지나 칭칭나네 (쾌지나 칭칭나네) 약대동에 예수 왔네 (쾌지나 칭칭나네) 배달통에 오신 예수 (쾌지나 칭칭나네) 우리 이웃이 예수라네 (쾌지나 칭칭나네) 혼자 살면 고독사요 (쾌지나 칭칭나네) 같이 살면 생명이라 (쾌지나 칭칭나네) 얼~쑤!"
(모두가 원을 그리며 도는 '고사리 꺾기' 대형으로 춤을 춘다. 관객들도 함께 어우러진다. 풍물패의 신명 나는 가락 속에 막을 내린다.)
[대본 끝]
본 마당극 <골목의 예수, 생명망을 짜다>는 2025년 약대동이라는 구체적 시공간 속에서 복음을 재구성했다. 여기서 구원은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끊어진 관계를 잇고, 고립된 개인을 공동체로 복원하는 '사건'으로 정의된다. 요셉의 배달통이 구유가 되고, 혈루증 여인의 붉은 천이 생명망이 되는 변용 과정은 성육신(Incarnation)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것은 가장 비천한 물성과 노동의 현장 안으로 거룩함이 침투하는 것이다.
이 대본은 단순한 공연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결국 이 마당극은 2025년의 차가운 알고리즘 사회를 향한 약대동 주민들의 따뜻하고 질긴 저항이자, '호청천' 세대에게 보내는 위로의 굿판이다. 약대동의 실험은 한국 교회가 건물 중심의 성장을 멈추고, 마을이라는 광야로 나아가 '작지만 영향력 있는 생명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언자적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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